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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유토피아] 정신 없는 후기

ㄷㅎ 2012.02.17 09:30 조회 수 : 8152

 


강의가 끝난 시점에 메모한 것과 강의안을 다시 보니, 질문하고 싶은 것들이 많고 아쉽고 그런데요. 

거진 정리처럼 되버린 듯하고. 아직 이해되지 않은 것이 투성이라 복잡복작한데. 

게다가 늦었지만. 그래도 정신 없는 후기를 올립니다. 



1. "아니 왜들 이렇게 진지하세요?" 


선생님이 강의 초반에 가장 많이 했던 말이죠ㅎㅎ 

마지막 강의에 와서는 외려 진지하셨던 느낌. 

강의 인터뷰에서 유토피아의 가능성이 아니라 조건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마지막 강의에서 젤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질문들이 와르르~ 쏟아져서! 

강의 제목을 봤을 때는 깜박, 라블레와 바흐친을 깊이 들을 수 있는 것인줄 알았지만ㅎㅎ

그보다도 유토피아의 상들을 하나씩 딮딮~ 짚어나갈 수 있었던 듯합니다.

모어, 캄파넬라, 베이컨, 잠깐 플라톤. 그리고 벤담, 푸리에, 라블레, 바흐친. 



2. utopia? 


몇몇 분의 자기소개가 생각납니다. 누군가는 머리를 채우고 싶다고, 누군가는 깨어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사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유토피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개인적으로 놀라기도 했는데요.

제게 유토피아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예쁜 드레스를 입은 것만 같았거든요. 

강의를 듣기 전과 후를 말할 수 있다면, utopia의 u가 '최선'과 '없음'을 둘 다 갖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소원이 뭘까 고심하던, 램프 지니를 본다거나 생일 케익의 초를 불 때라던가. 

후호후훅 빌던 소원이 있었어요. 유토피아도 그렇게 어떤 바람이었겠구나 싶어서. 

물론 차이가 무진장 있겠지만.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듯하다는 점에서. 

지금은 아무튼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될 것 같아요. 


모어의 유토피아는 금 보기를 돌 같이 한다. 이는 당시 모어가 마주한 현실, 인클로저 운동과 맞물려있다. 

베이컨의 아틀란티스는 과학자가 수장이다. 근대의 기술생산주의가 반영된 유토피아다. 

마르크스주의는 일과 노동이 하나가 되는 시공간을 지향한다. 이는 19세기 이래 노동의 분업화와 관련이 있다. 



3. 근대적 유토피아 기획 : 모어, 캄파넬라, 베이컨 


유토피아는 내외부의 경계, 영토성이 있다. 

다시 말해 이를 구분 짓는 내부의 질서와 규칙이 있다. 

이를 벗어났을 때, 범죄의 문제가 존재한다. 

또한 이를 누가 어떻게 지도/관리/처벌하는지의 문제도 함께 존재한다. 

더불어 유토피아의 구성원 전부는 부족하지 않게 먹고 자는 풍요로움 속에 있어야한다. 


<잃어버린 지평선>이라는 영화를 같이 봤었는데. 여기에서는,

물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남의 소유물을 뺏으려는 욕구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핍과 결여에서 범죄가 나온다고. 따라서 부족하지 않으면 된다. 

풍요로우면 유토피아가 될 수 있다. 어떻게? 


사유재산제 폐지. 사회의 전면적인 혁신과 혁명. 사용가치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 

모두가 의무 노동을 하여 생산력을 무한히 보장하고. 분쟁을 낳을 수 있는 정념은 알아서 제한한다. 

3가지 미덕. 금욕(공유제). 겸손(평등). 성실(의무노동). 

지도자는 독점욕을 버리고 솔선수범 해야한다. 


이렇듯 모어, 캄파넬라의 유토피아란

'우리' 모두가 부족하지 않게 먹고 사는 것, 풍요와 안락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인간적인' 유토피아.

다른 한편으로 이는, 풍요롭기 위하여 절제하지 않으면 안되는 모순적인 유토피아. 금욕적인 유토피아다.

예를 들어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에서는 우생학의 기초가 나온다. 마른 남자는 뚱뚱한 여자와 성교하는 식으로 신체의 '균형'을 추구한다. 

재미있었던 것은 이 나라에서 화장하면 사형이라는 것이다. 이성을 유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이처럼 허락되지 않은 것의 너머에 유토피아(화장?)는 없는 듯이 보인다. 풍요로운 국가, 아니 유토피아. 


또한 이 당시에 유럽 외의 지역을 발견하긴 했지만(일명 지리상의 발견) 아직은 잘 몰랐기에, 

어딘가(->언젠가) 유토피아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모어의 유토피아는 철학자 라파엘이 탐험한 섬에 대한 얘기이고, 

캄파넬라의 태양의 도시는 세계여행 중에 만난 7개의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 대한 얘기.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는 난파된 선원이 아틀란티스의 후예를 만나고 돌아와서 들려주는 얘기다. 

즉, 내가 속하지 않은 곳, 초월성의 자리에 낙원이 존재한다.  



4. 텔렘, 팔랑스테르, 판옵티콘 


벤담의 판옵티콘의 경우는 실천적인 유토피아틱스(사회공학)로 분류할 수 있다. 

이는 18, 19세기 사람들이 이상적인 시공간을 발 딛은 여기로 어떻게 끌어올까 고민했음을 보여준다. 근대적인 유토피아틱스. 

일망감시체제. 체제의 원리는 공리주의적 경제성. 감시탑 자체가 스스로를 감시하고 규율 짓게 만든다. cctv.

한편 16, 17세기의 유토피아와  달리, 벤담과 푸리에의 경우 노동의 정의가 바뀐다. 유희, 쾌락, 감사의 대상으로. 

또한 팔랑스테르의 중정(중간의 정원)도 판옵티콘처럼 일종의 감시체계가 될 수 있다. 이 부분도 재미있었는데.  

둘 다 치밀한 설계였다는 점. 하지만 중정의 경우는 일상의 편의보다 집합적 삶에 기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아파트 가운데가 주차장으로 쓰이는 것은 편리하게 폐기된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엥겔스가 비과학적인, 공상적 사회주의라고 비판한 푸리에는 근대성과 단절된 유토피아의 모습을 그린다. 팔랑스테르. 

인상적이었던 것은 푸리에가 열정을 600개 이상으로 분류했다는 것! 

그는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코뮨의 합리성과 열정의 인력을 말한다. 


바흐친 역시 제 2의 세계를 말하는데, 이는 모든 사회적 위계, 관습과 습속이 깨지는 카니발이다. 욕망의 유토피아.  

중세 민중의 삶에서 축제로 드러난 제 2의 세계는 유토피아의 바깥/외부라고 할 수 있다. 폭력과 유토피아. 

그리고, 라블레의 소설에서 나오는 텔렘 수도원의 규칙은 하나 뿐이다. 

원하는 바(욕망)를 행하라.


그러니, 유토피아가 '없지만' 있다고 말하기 때문에 유토피아라면.

낙원 바깥의 세계가 유토피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계를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불투명하고 비가시적이고 무의식적인. 

먼 미래에 끊어져서, 먼 곳에 고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 안에 끌어와 실험하는 장치(예시적 정치).

되게 하라가 아니라 된 것처럼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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