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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을 보라》중 아침놀

 

니체는 항상 비장하고 격정에 넘치고 얼음처럼 차갑지만 동시에 항상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래서 니체를 공부하는 것은 너무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부담스럽기도 하다. 오늘 <저녁놀> 첫 세미나에서도 니체의 이러한 면모는 유감없이 드러났다.

니체는 첫 문장에서 “도덕에 대한 전투를 시작”한다고 선포한다.. 그리고 자신의 과제를 “인류 최고의 자기 성찰의 순간인 위대한 정오를 준비하는 것이다”라고 못박는다. 이 ‘위대한 정오’는 그림자가 없음으로 인하여 사물의 혹은 도덕의 모든 것이 낱낱이 밝혀지는 시기이며 아침놀의 밝음과 어둠을 지난 후에 오는 시간이다. 또한 동양적인 사고를 빌리자면 선천에서 후천으로 넘어가는 결정적인 분기점이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도덕에 대한 전투의 시작은 도덕이 그만큼 인류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을 니체는 “도덕가치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그리고 이 전투의 전개는 그 도덕가치의 근원을 파헤치는 것에 있으며 이 도덕가치를 지배해왔던 수천 년에 걸친 사제와 철학자들(세계 비방자들, 지배자들)이 제시한 도덕가치가 데카당스 도덕, 종말을 향한 도덕이라고 니체는 비판한다.

특히 기존 도덕가치의 문제는 ‘자신(Selbst)'이 결여된 도덕이라는 것에 그 핵심이 있다. 즉 無私 , 脫我의 도덕을 통해 사제와 철학자 집단은 인류 전체를 퇴화, 중심의 상실, 자연적 본능에 대한 저항을 가져왔고 그들은 이를 소위 도덕이라고 칭해 왔다.

 

○ 서문

니체는 말한다. 이 책에서 사람들은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는 한 사람”을 보게 될 것이라고. 그 지하인은 바로 니체다. 그는 수천 년동안 신봉해온 낡은 신념들, 철학들에 구멍을 뚫고 조사하고 파고들기 시작하여 소위 위대한 철학자들이 세운 건축물을 거듭 붕괴시킨다.

그런데 왜 수 천년 동안 세워진 위대한 철학자들의 건축물이 거듭 붕괴되었나? 니체에 따르면 그것은 그들이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칸트를 포함하여 모든 철학자들이 ‘도덕의 유혹’에 빠져 자신들의 체계를 세웠기 때문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확실성과 진리를 세운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존엄한 도덕적 건축물’을 구축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도덕을 그토록 사수하려 하였는가? 도덕이 없는 세상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체가 보기에 그 도덕은 ‘자기’ ‘자신’이 없는 도덕, 풍습에 의해 세워진 타인의 도덕이다. 그리하여 그 도덕의 건축물들은 거듭 붕괴될 수 밖에 없었고 끊임없이 다시 세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철학자들(사제들)은 솔직하지 못했다. 도덕 붕괴의 두려움과 불안이 그들을 짓눌러 그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사유를 끝까지 밀고 나가지 않았다. 그들은 물자체, 존재의 피안을 설정하여 이성과 사유의 한계를 정해 주었으며 이를 통하여 도덕을, 신을, 풍습을 보호하고자 하였으나 이것은 데카당스적이며 종말론적으로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도덕을 보호하기 위해 “불합리하기 때문에 믿는다”는 어처구니없는 추론을 발명해냈다.

근대인인 문헌학자는 비근대인이기도 하다. 오늘의 시대는 속전속결의 시대이고 품위 없고 성급하고 천박한 시대이다. 그러나 문헌학자는 지극히 섬세해야 하며, 신중히 작업해야 하며, 천천히 걸어야 하고, 우회해야 하고, 여유를 갖고 조용해지고 느려져야만 한다. 그는 깊이 생각하면서 결론을 성급하게 내리지 않으며 섬세한 손과 눈으로, 천천히, 깊이, 전후를 고려하여 잘 익을 것을 가르친다. 이 얼마나 非근대인적인가!

 

○ 제 1권

풍습은 무엇인가? 관습은 무엇인가? 그것은 존재 만으로 복종을 요구하는 것이며 자신의 정당성을 개인에게 설득하지 않는다. 그것은 명령하고 위반자를 위협하는 것으로서 자신의 정당함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을 보편적 도덕, 윤리로 내세운다. 그러나 그 풍습, 관습, 도덕, 윤리의 기원은 얼마나 동물적이고 우연적이며 수치스러운가!

하지만 이렇게 인간에게 중압으로 다가오는 도덕과 풍습에 저항하는 것은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광기다. 광기는 “거의 모든 곳에서 새로운 사상에게 길을 열어주면서, 존중되던 습관과 미신의 속박을 부수는” 것이다.

이전의 모든 인간들은 광기가 존재하는 곳에는 약간의 천재성과 지혜, 신적인 것이 존재한다고 믿었으며, 윤리의 질곡을 부수고 새로운 법을 제우는 탁월한 인간들은 모두 어느 정도는 광인이다.

그러나 우리 시대는 어떤가? 이제 광인은 더 이상 선지자가 아니며 천재가 아니며 신적인 지혜를 가진 자도 아니다. 이제 더 이상 광인은 미래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탁월할 수도 있는 인간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는 병원에 수용되고 정신의학에 갇히고 평범한 정신으로 회귀하도록 치료받는다. 광인은 정교한 시스템에 의해 병자로서 관리된다. 우리 시대의 우울증의 만연이 그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지!

니체에 의하면 잔혹함을 통하여 공동체는 활기를 되찾고 음울함에서 벗어나며 축제기분을 갖게 된다. 이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축제이다. 모든 종교에서 인류는 신에게 제물을 바치지 않았는가. 제물은 희생양이며 희생양을 통하여 공동체는 새로이 거듭나게 되고 그 제물과 희생양이 거대하고 화려할수록 거듭남의 크기도 커진다. 이는 잔혹함을 통하여 달성된다.

잠깐 동안의 불타오르는 헌신에 대한 열정, 순간적인 욕망과 절망에서 영원한 충실함, 슬픔, 의무를 창조해내는 풍습들을 생각해보라. 이를 통하여 얼마나 많은 위선과 거짓이 생겨났는지.

그리스인은 덕을 실현하고 수행했으며 기독교인은 죄를 개발하고 자신을 채찍질하였다. 기독교인은 죄의 발명을 통하여 도덕으로 괴로워하며 자신을 저주하고 위로한다. 기독교인은 차라리 괴로워하기를 바라며 그를 통해 숭고해지기를 소망한다. 그는 괴로움이 없어 숭고함마저 느낄 수 없다면 오히려 괴로워하기를 바란다. 사실 우리가 느끼는 많은 고통은 대부분 근거가 없다. 그 고통은 거의 대부분 나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과 시선으로부터, 나와 상관없이 주어진 풍습과 도덕의 규칙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그 고통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내게 선택된 것이며 내가 선택하도록 조종된 것이다. 우리는 혼자 단독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사람들 속에서 고통 받고 살고 있지 않은가? 고통받으며 증오하고 또한 즐긴다.

또한 우리의 감정은 어떤가? 감정 이전에 판단과 가치 평가가 있다. 네가 흑인을, 동성애자를 싫어하는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너의 조상 혹은 너의 사회, 네가 속한 잡단이 네게 주입한 흑인과 동성애자에 대한 가치판단이 있는 것이다. 그것에 근거하여 그들에 대한 너의 불쾌한 감정이 나오는 것이다. 너의 감정을 신뢰하는 것은 너에게 충실한 것이 아니라 너의 조부모, 너의 조상에게 복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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