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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랑시에르 강독 강좌 4강 후기

한샘 2014.08.02 18:43 조회 수 : 882




지난 시간 후기입니다^^



지난 시간에 공부했던 글의 제목은 <민주주의의 용법들>이었습니다. 민주주의의, ‘용법들’? 전 이런 질문이 들었는데요, 민주주의라는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 방식이란 어떤 것인가? 그리고 그런 다양한 사용이 가능하다면, 랑시에르가 민주주의의 ‘사용’이라는 관점에서 이 글을 쓰면서 의도한 바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일차적으로 이 글을 독해할 때 취할 수 있는 태도일 겁니다.

 

이 글이 ‘좌파에 대한 비판’이라는 강사님의 코멘트를 참고한다면,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좌파들은 민주주의를 믿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민주주의가 평등을 보장한다는 식의 언설을 믿지 않지요. 이들에게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한다’고 하는 민주주의의 모토는, 현실의 불평등을 가리는 기만책일 뿐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전략은 민주주의라고 하는 허울 좋은 껍데기를 걷어차는 것, 그래서 현실을 가리고 있는 진실을 드러내는 ‘탈신비화’의 전략이 됩니다.

 

그런데 랑시에르는 놀라운 침착함-이 침착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든 부정적으로 평가하든 놀랄 만한 것이긴 한데-으로 다른 전략을 제시합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한다’고 하는 명제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 평등이라는 이념이 위배되는 현실이 있습니다. 이런 불일치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가? 기존의 좌파들은 ‘불평등이라는 현실’을 중심으로 사고했다는 것이 랑시에르의 지적입니다. 민주주의에서 말하는 평등이 끊임없이 외쳐지고 있지만 현실은 불평등하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를 집어치우자. 그러나 랑시에르가 볼 때 이는 너무나 제한적인 방책입니다. “불신에서 출발한 자, 불평등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축소할 것을 제안하는 자는 불평등을 위계화하고, 우선권들을 위계화하며, 지적 능력을 위계화하고 불평등을 무한정 재생산”(98)한다는 것이 랑시에르의 생각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랑시에르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합니다. 불평등이 아니라 평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평등의 관점에서 출발하고, 그것을 긍정하며, 그것의 전제로부터 작업을 하여 그것이 산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고, 자유와 평등으로부터 주어진 모든 것을 극대화하는 것이 열쇠다.” 즉 랑시에르는 평등의 명제와 불평등한 현실이라는 불일치 속에서, 평등의 명제를 원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현실이 불평등해서 불안한데? 원하기가 어려워. 그걸 어떻게 원할 수 있지? 이런 반문에 랑시에르는 이렇게 답합니다. 평등을 ‘믿어라’! “평등을 말하는 문장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하나의 문장은 우리가 그것에 부여하는 힘을 갖고 있다. 이 힘은 우선 평등이 그 자체를 표방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디엔가 평등이 있다. 이것을 말해졌고, 씌어졌다. 따라서 이것은 입증될 수 있어야 한다.”(91) 이런 믿음, 이런 순진함, 이런 신뢰의 덕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그리하여 그 믿음의 선을 따라가는 것이 데모스의 역량(86)을 끌어내는 길이라고 랑시에르는 말하는 것이죠.

 

재미있게도 여기서 랑시에르는 ‘평등의 실현’을 ‘평등 명제의 입증’이라는 말로 부르고 있습니다. 랑시에르에게는, 현실이 불평등하다고 해서 평등이 ‘허구’인 것이 아닙니다. “이 공간은 잠재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환영적이지는 않다.”(95) 오히려 평등이라는 ‘잠재성’은 현실을 바꿔갈 수 있는 ‘힘’을 갖습니다. 다시 말하면, 언어가 현실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한에서 언어는 ‘리얼’합니다. 언어, 즉 표상의 비실제성(98)을 이차적인 것이나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통해 사유한다는 점에서 랑시에르도 현대 프랑스 철학자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언어 자체만으로는 평등이 현실화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행위’가 있어야 하죠. “평등과 자유는 그것들의 고유한 행위에 의해 발생하고 성장하는 잠재력들”(95)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행위를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로 랑시에르가 제시하는 것이 믿음이자 순진함, 신뢰의 덕으로 보입니다. 정리하면, 민주주의는 데모스의 역량(잠재성)으로 정의되는데, 그것은 행위를 통해서만 이끌어져 나오는 것이고, 행위란 그에 대한 믿음을 통해 그것을 욕망할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랑시에르 논의의 골자를 긍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가 설명하는 정치와 민주주의라는 것에서 고전적인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랑시에르는 다음의 명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특징지어지는 철학자입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라면 데모스가 사회체의 전체 표면 위에 자기 현존하는 주체로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80) 이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고 데모스는 현존하는 주체가 아니라 ‘간헐적’으로, 행위를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내는 존재라는 것이죠. 랑시에르에게 정치의 주체란 바로 그런 주체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보듯 민주주의를 명제를 ‘입증’하는 것으로 설명할 때, 랑시에르는 너무나 고전적인 정의를 내세웁니다. “근본적으로 말하는 존재이기에 그는 모든 다른 이들과 평등한 것이다.”(96) 여기서 전 좀 뜨악했는데요.. 그렇기에 공동의 장에서 만날 수 있고, 서로의 권리를 서로에게 입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상대와 같은 게임을 할 수 있음을 전제하는 것”(93)이라는 표현은 그렇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말하지 못하는 자는 정치의 장에 들어설 수 없는 것인가? ‘말할 수 있음’은 정치의 주체가 되기 위한 필연적인 조건인가? 랑시에르의 생각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고요. 다만, 간헐적으로 드러나는 주체를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분할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 혹은 그런 식의 민주주의 혹은 정치를 통해 데모스의 역량이 극대화된다고 하는 랑시에르의 급진적인 논의가 이런 식의 고전적인 정의에 기대고 있다는 것은 그 자신의 논의에 큰 약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좀 더 골방철학적으로 질문을 던지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치가 데모스의 역량을 드러내는 것이고, 데모스는 현존하는 주체가 아니라 행위로서만 드러나는 주체라 했는데, 정치에서의 행위가 말하는 존재이기에 가능한 것이라면,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라는 공통적인 장의 계속적인 현존을 이미 상정하고 있는 것 아닌가? 또 만약 그렇다면, 정치가 말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라면, 데모스의 역량을 통한 감성의 새로운 분할이라는 것은, 거기에 마치 무한한 가능성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과는 다르게도, 별로 새롭지 않은 미래만을 예비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것은 ‘합의’와 뭐가 다른가?


이런 맥락에서 랑시에르가 말하는 정치, 그리고 민주주의를 좀 더 고민하고 싶...습니다만.... 시간 관계상^^;

정치를 '행위'를 통해 설명하는 것은 참 매력적인데, 그것을 '말'에 연결시키지 않고 어떻게 다르게 설명하면

정치를 더 그럴 듯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지만... 다음 기회에^^;;;



아무튼 두 번의 강의가 남았으니 계속 고민해보겠습니다~ 다들 강의 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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