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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의 매체철학과 현대성] 3강 후기

유원상 2015.01.27 20:32 조회 수 : 600

안녕하세요. 3주차 후기를 맡았습니다. 제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했던 바를 짧게나마 적겠습니다.


140분여의 강의시간 중 거의 100분은 <서사극이란 무엇인가> 텍스트를 고찰하는 데에 썼던 것 같습니다. 


비교적 짧게 이야기된 <생산자로서의 작가>에서는, 당시 파리인민전선에 합류했던 벤야민이 이데올로기적인 목적성을 가진 채 글을 썼다는 사실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글이 구조적으로 복잡하지도 않고 문체 또한 수려하진 않았지만, 그래서 읽을 때 이해하기 좀 더 편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작가는 더 이상 전통적인 직위를 유지하지 않습니다. 작가 또한 엄연히 독립된 한 명의 생산자가 되어야 하며, 그렇기에 생산기구와 생산자의 관계-작가와 매체(특히 신문)와의 관계는 중요시됩니다. 생산기구와 생산자의 관계에서 불거지는 문제를 의식하지 못하는 프롤레타리아트 작가는 결코 그들의 이데올로기에 복무할 수 없습니다. 부르주아가 소유하고 있는 매체 속에서 아무리 작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본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채로 미봉책에 머무르거나, 근본 자체가 정립되지 않은 채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벤야민은 이렇듯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점점 이념과 멀어져가는 유파로 행동주의와 신즉물주의를 꼽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생산기구와 생산자의 관계를 지적한 것은 당시 사회주의 작가(신문에 기고하는?) 유파들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린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당시 파리인민전선에 내려진 소비에트의 지령은 부르주아와의 전략적 연합이었다고 합니다. 생산자가 관계하는 생산기구가 부르주아의 것인지, 프롤레타리아의 것인지가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단지 생산기구라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이념에는 반하지만 현실적인 이익에는 다분히 영합하는 이러한 전략이 벤야민에게는 어떻게 느껴졌을지 궁금해집니다. 


<서사극이란 무엇인가>에서 진행되는 논의는, 연극이라는 오래된 예술장르가 아우라 붕괴의 현 시대와 어떤 식으로 조응하여 변화했는가를 짚어내고자 하는 시도에서 출발하는것 같습니다앞서 두 주간 진행되었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사진의 작은 역사>에서 저희는 사진과 영화 장르에서 나타나는 아우라 붕괴의 사태를 목격했습니다. 사진과 영화는 모두 19세기경에 새로이 나타난, 벤야민이 살고 있던 시기에 발생한 소위 '컨템포러리'입니다. 아우라 붕괴가 먼저인지, 사진/영화의 등장이 먼저인지 판단하는 것은 제 소관이 아닐 뿐더러 필요 없는 논의일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이 새로운 두 장르와 아우라붕괴는 밀접히 연관되어 이야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과 영화에서 아우라 붕괴를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저만 그런가요) 사진과 영화가 '그 당시에 새로이 발생한 장르'라는 사실이 한몫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우라 붕괴에 관련한 벤야민의 논의는 제의가치와 전시가치라는 두 가지 가치의 역학관계의 변화를 통시적으로 알아보는 것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옛날에는 제의가치가 어떠했고 이런 위치를 가졌기 때문에 아우라가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과 같은 구조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양상에서 복제기술은 단순히 똑같은 작품을 억만장 찍어낼 수 있다는 객관적 사실을 넘어 아우라의 붕괴의 전위로 기능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술의 화신이 사진과 영화인 것이지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사진과 영화는 아우라의 시대의 장르가 아닌 것입니다. 아우라가 붕괴된 시기, 혹은 아우라가 붕괴되고 있는 시기에 새롭게 생겨난 장르 - 사진과 영화 자체에서 아우라가 붕괴하는 현상을 우리는 직접적으로 목격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시간들에 나왔던 질문들- '햄릿이라는 영화에서 햄릿의 아우라(또한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의 아우라)가 왜 붕괴되는 것인가? 그 영화에서 그 만의 아우라가 있는 것이 아니냐?'와 같은 질문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진과 영화가 아우라를 겪어보지 못했듯, 그것을 백년째 향유하고 있는 저희들이 그곳에서 발견하는 아우라는 사실 진짜 아우라가 아닌 것이죠. 이야기하다보니 굉장한 급진주의자가 되어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ㅎ;;; 아우라 붕괴의 폐허 속에서 자라난 제가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아울아울 하고 있는 것이 급격히 우습게 느껴지네요. 여하튼 요지는, 사진/영화 속에서 아우라 붕괴의 전체 메커니즘을 보려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폐허속에서 자라난 새로운 종의 꽃이지, 무너지기 전부터 있었던 종의 꽃이 아니니까요. 그곳에서 무너지기 이전 시대의 흔적을 찾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연극장르를 통해서 아우라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진과 영화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과는 또다른 의미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합니다. 연극은 고대 그리스까지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장르이고, 지금도 존재하는 장르입니다. 아우라의 존재와 붕괴, 소멸, 비존재(?) 모두를 겪은 장르입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구조화하기가 좀 더 쉬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연극 장르에서 아우라는 존재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부터 연극의 아우라는 '카타르시스의 아우라'였습니다. 관객은 극도로 사실화에 치중된 무대 위에서 현실과 똑같아지려는 배우들의 연기에 스스로를 몰입하고, 대단원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합니다. 이러한 과정 전체는 브레히트의 서사극에서 철저히 파괴됩니다. 관객은 예전과 달라진 극을 보면서 어떤 몰입도, 카타르시스도 이루어내지 못합니다. 이렇게 취해진 작품과 관객의 거리는 새로운 형태의 인식과정을 만들어냅니다. 인물의 아우라도, 배우의 아우라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대학교에서 연극을 몇 번 했었는데요, 한 번은 2011년에 부조리극의 배우를 서 본적이 있었습니다. 스페인의 작가 페르난도 아라발의 <두 형리>라는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 이전에 다른 연극에서 배우를 할 때 했었던 어떤 연습도 무용지물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예를 들어 제가 햄릿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햄릿의 대사와 동선, 외부상황에 대해 철저히 이해함으로써 감정선의 변화를 익힌다든지 하는 작업을 할 텐데, <두 형리>에서 배우를 할 때는 이런 일이 소용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역할했던 인물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는 지 절대로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급한 맘에 오히려 과장되게 있지도 않은 것을 연기하게 되면 저는 극을 망치는 격이 됩니다. 제가 하는 극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연기를(그것이 전통적인 의미의 연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는 것입니다. 저는 브레히트의 서사극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이 시기의 기억을 계속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영화에서 나온 담론이지만 배우의 아우라와 인물의 아우라가 모두 사라진다고 하는 것이, 명확한 설명을 드릴 순 없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아우라 붕괴시대의 이러한 연극에서 '배우'의 아우라가 붕괴한다는 것에 굉장히 공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쿨레쇼프의 실험에서 일반인의 무심한 표정이 다른 장면과 연결되어 신통방통한 연기로 둔갑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곁다리에서 떠오릅니다.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길게 쓰다보니 배가 고파져서 마지막에 끝맺음이 아쉽게 된 것 같습니다.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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