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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장자 사이에서

ㄱㄱ 2010.02.04 01:51 조회 수 : 7428

노자와 장자 사이에서

이 춤을 어떻게 추어야 할까

하나는 너무 말이 없고

다른 하나는 다변이지만

둘 다 약속한 듯 신비주의적 본론은

입 꾹 다물고 있다

노자의 춤사위는 승무이고

장자의 그것은 탈춤인데

그 사이에서 나는 어떤 춤을 추어야 할까

하나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고

다른 하나는 새끼손가락만큼

아주 쬐끔 튕겨보았다

노자의 바다와 장자의 태산 사이에서

나는 어떤 춤을 추어야 할까

 

(하늘나라에서 두 랍비가

스치듯 지나가며 서로

인사하는 소리 들린다)

 

 

 

김경희 선생님의 장자 강의를 듣고 있는 수강생입니다.

 

첫 시간에 선생님께서 오랜만에 시집을 낸 최승자 시인의 시집을 읽던 친구가 소개해준 시라면서 그 시의 작품 내용을 설명해 주셨더랬습니다.(기억나시죠?)

 

노자와 장자를 춤에 비유해서 '노자는 승무요, 장자는 탈춤이다'라는 구절이 시에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전 아! 하는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노자와 장자! 이름을 들은 지도 이제는 꽤 오래되었고, 그 일부를 직접 읽어보기도 했었고, 그 둘을 합쳐서 노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으니 그르니 하는 왈가왈부가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정작 그 둘의 차이를 이렇게 선명하게 설명한 것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와! '승무'와 '탈춤'이라니! 누가 나한테 노장의 차이에 대해 물어보면 저는 꼭 이렇게 대답해 보아야지 마음 먹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알, 또는 새끼고기 정도로 알려져있는 '곤'을 크기가 몇천리인지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물고기로 등장시키고는 다시 이것을 훌쩍 구만리 장천을 한 번에 날아다니는 새로 둔갑시키는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경탄을 그만 둘 수가 없습니다. '장자뻥'이라고 하는 말은 바로 이런 이야기들 때문에 생겼을 겁니다. 유가 경전에 비해서 확실히 장자는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사람을 몰입하게 하는 힘도 아주 많이 세고요. 소요유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제물론은 어렵습니다. 아! 정말 제물론 넘어가면 장자 내편 다 읽을 수 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한문 원문은 바라지도 않았고, 그저 어떻게든 번역본이나 한번 읽고 가자고 했었는데, 그래서 읽기는 읽었는데 사실 중간 부분은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었습니다. 그냥 조삼모사 얘기, 나비얘기가 그나마 익숙했었습니다. 사실 익숙했다고는 해도 설명을 듣고 다시 배운 게 많았습니다. 특히 나비얘기에서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반드시 구분이 있다."는 구절을 힘주어서 강조하는 선생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읽을 때 보통 이 부분은 잘 눈에 안 들어왔었는데, 그래서 사실 변화라고 하는 것은 이것을 없애는 것이라고 얼렁뜽땅 이해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더군요. 의미를 좀더 고민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사실 두 번째 시간의 전반부는 공자에 대해서 말씀을 많이 하셔서, 장자를 배우러 왔다가 공자의 훌륭함을 많이 발견해서 좋았었는데, 후반부에서는 그 공자의 훌륭함과는 또 다른 장자의 훌륭함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세번째 시간은 <인간세>와 <덕충부>를 한번씩 읽어두었었는데, 그만 결석을 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가장"이어서 먹고 사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뒤풀이까지 했다고 하시던데, 중요한 자리에 빠져서 많이 아쉽습니다. 강의 못 들은 거 아쉬운 건 물론이고요. 

 

읽을수록 장자는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들을수록 선생님은 참 훌륭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3년전에 선생님의 장자 강좌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물론 훌륭했지만,  그 3년 동안 우리 선생님은 대체 무슨 공부를 더 하신 건지  어디 학원이라도 다니신 게 아닌지 슬쩍 여쭈어 보아야겠습니다.

 

소요유편에 그런 얘기가 있었죠. "붕새가 (...) 일단 날기 시작하면 6개월을 한 호흡으로 삼는다."

 

우리 선생님도 일단 강의 시작하신 거 한 6개월을 한 호흡으로 삼으셔서 계속하시면 참 좋을 것 같은데요, 수유+너머N의 만세 선생님께서 잘 말씀드려 보는 건 어떨까요?  앞으로 두 번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이 많이 아쉽습니다.  한 6개월쯤 하면 아직 "입 꾹 다물고 있"는 이 "신비주의적 본론"에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이고 바람입니다.^^ 

 

장자 강좌 덕분에 참 오랫만에 시집을 샀습니다. 저로서는 아주 의미있는(!) 일입니다. 간만에 시집을 낸 최승자 시인과,  첫강의 날 소개해주신 선생님과, 그 시를 읽다 선생님께 건네준 친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녁 때 추위를 뚫고 강좌를 들으러 오신 분들 다시 뵙고 싶습니다.

 

이따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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