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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 변화, 생성을 무한반복한 피카소

김 미 진

 

"파괴, 변화, 생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이 피카소였다. 라디오를 듣다가 미술관 도슨트로 활약했던 분이 가장 존경하는 화가로 피카소를 손꼽았는데, 이유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화풍을 끊임없이 변화시킨 화가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서 화풍을 바꾼 것이 아니라, 실력이 정점에 이르면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의 길로 나아간 인물이 피카소였다. 미술에 문외한이더라도 피카소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유가 다 있었다. 새로운 도전이란 항상 위험하고 불안한 요소를 지니고 있는데 천재인 데다 항상 도전하고 변화하는 가치창조자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세기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스페인에서 10대에 벌써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고전주의 화풍은 이미 섭렵해 버린 그였다. 자화상에 "나, 왕"이라고 세 번이나 쓸 정도로 세상이 인정하고 본인도 인정한 미술계의 천재였다. 그런 그가 파리에 와서는 고전주의 화풍을 모두 버리고 청색시대(1901~1904, 검푸른 색이나 짙은 청록색의 색조를 띤 그림을 그린 시기)로 구분되는 20대를 보내게 되는데, 이때 피카소는 친구 집을 전전하며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살았다. 그런 피카소를 보며 친구들은 고전주의 스타일 그림을 다시 그릴 것을 권유했지만, 피카소는 완강히 거부하며 "내가 원치 않는 그림을 그릴 바에는 죽겠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미 인정받아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그림을 포기하고 새로운 변화와 생성을 향해 가난과 배고픔, 비난마저 감수한 그였다. 어두침침한 색채를 지는 그림들은 당시에는 거의 팔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장 인기가 많은 작품에 속한다고 한다.

 

청색시대를 지나 장밋빛 시대(1904~1906, 따뜻한 색채와 온화한 분위기로 그림을 그리는 시기)를 맞이하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다시 명성을 얻기 시작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다시 새로운 화풍인 입체주의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입체파를 알리는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렸을 때 주변 사람들이 등을 돌렸으며 이상한 그림을 그렸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 역사상 유일무이한 변화의 귀재가 되었다.

 

한 철학자가 자기 자신에게 최초이자 최후로 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자기 시대를 자기 안에서 극복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가장 격렬한 싸움을 벌이는 대상은 무엇인가? 그를 그 시대의 아들이게끔 만드는 것이다." [바그너의 경우], 서문

 

고전주의 화풍이 그 시대의 아들이었다면 피카소는 그 시대의 아들이 되기를 완강히 거부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격렬한 몸부림 끝에 한 시대를 창조한 예술가가 되었다.

 

미술양식이 발전하더라도 '색'과 '형태'만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피카소는 '형태'의 영역을 깨부수고 수없이 많은 시점을 통해 큐빅 조립하듯 형태를 만들어 나간다. '궁즉통(窮則通)'이라는 말이 있다. 사물을 극한까지 몰아가면 변화가 발생하고 그 변화들 속에서 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인데, 피카소는 '형태' 부문을 극한까지 몰고가 기존체계와 전혀 다른 화풍을 창작하게 되었다. 기존 인식의 틀로는 상상할 수 없는 '형태'를 만들어 창작의 영역에서는 '생성의 영원성'을 획득하였고 개인적으로는 '명성의 영원성'도 획득했다.

 

그림이 인정받지 못해 화풍을 바꾸었다면, 오히려 평범한 도전으로 보였을 것이다. 인정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살아온 삶이라 위버멘쉬적인 삶에 가까워 보인다. '시대의 중력장'을 가볍게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중력장'에서도 벗어난 위인이 피카소다. 성공과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고민한 화가! 자기 극복과 차이 생성의 끝판왕이라는 생각이 든다. 니체의 말을 빌리자면 차이를 긍정하고 차이를 생성하는 "영원회귀를 긍정하는 삶"을 보여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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