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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가 안에 있다

심지안

 

 사위가 유리 터널 속이다 여긴 적이 있다. 괴로워 궁그는 것이 뻔히 드러나는데도 아무도 닿지 않는다 여긴 적이 있다. 연달아 가족의 장례를 치르고 스스로 건강을 잃고 생의 경력이 모두 단절되다 겨우 마을공동체 활동가로서 일어선 뒤, 다시 고꾸라지던 때다.

 가족 돌봄을 개인이 모두 전담하는 한국 사회에서 나는 빠르게 고립되어가다 내부에서 움트는 연결에 대한 욕구로 공동체를 꿈꾸게 되었다.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주관하고 청년허브에서 인력을 투입해 이루어진 마을공동체사업은 기존의 복지체계와는 달리 주민들의 자발적 주도를 독려하는 대안적인 방식이었다. 시혜자와 수혜자로 위계를 나누지 않고 대등하게 조력하는 방식이었다. 물적 지원이 아닌 정서적이고 체계적인 지지로서 한 마을이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도록 돕는 일이라 했다. 흥미로웠다. 공동체에 대한 욕구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데다 활동 역량조차 알 수 없는 평범한 주민들과 어떤 것들을 해볼 수 있을까.

 가치교육이 우선되어야 했다. 그러나, 활동가들조차 체현하려면 더 촘촘한 체계가 필요했다. 숙련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민들에게 이야기하는 공동체의 가치가 활동가 사회 내부에서도 실천되지 않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기관에서는 성과를 원했고 주로 관계를 돌보던 나의 업무는 그저 나이역할이 되어갔다. 나는 동력을 잃어갔다. 뿔뿔이 흩어지는 구성원들과 간신히 프로젝트 하나를 완료하자 번 아웃이 왔다.

 혼자 궁글다 아픈 것은 견딜만 했다. 하지만 그러다 도착한 사회가 멀쩡한 선의의 얼굴을 하고서 결국은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본질을 쫓는다며 나를 도로 뱉어냈을 때 (일이 되도록 관계를 만지는 것은 왜 성과가 되지 못하는가), 온몸이 칼로 저며지는 통증에 스러졌다. 목소리를 잃어갔다. 자기다움을 손상 받았다. 결국, 자신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몇 날을 누워 무력하게 때를 기다리다 깨달았다. 심지를 세우자. 이 안으로부터 다시 서자. 그저 에너지의 문제였다. 나를 지켜낼 에너지까지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에 들이붓다 길을 잃은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누웠던 자리를 대충 정리하고 테이프 클리너로 먼지를 뗀 다음, 그 자리에서 바로 무릎을 대고 푸시 업을 시작했다. 3개나 간신히 했을까. 그렇게 5개, 10개 늘려가다 100개가 되면서 개수 늘리기를 멈추고 자세를 깊이 했다. 심지는 몸에 새겨야 한다. 마음은 몸을 따르고 몸은 다시 마음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몸속에 단단히 심지를 박고서 마음을 찾아오자. 플랭크를 같은 방식으로 10초에서 1분까지 늘렸다. 다른 홈 트레이닝 동작들을 몇 가지 더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팔 다리에 힘이 뻗고 정신이 맑아졌다. 눈앞이 환했다. 이제는 심지가 안에 있다.

 자신을 직면하고 소속감을 다지기 위해 집단상담을 찾고, 권리보호 방식을 배우기 위해 인권운동을 시작했다. 마침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였고 여성단체의 활동이 활발했다. 하나하나 연대하고 직접 활동도 해나가면서 약한 데(자기)를 인정하고 드러내는 일이 주변이 든든해지고 강해지는 일이라는 통감이 쌓였다. 소수자의 인권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 없고 시계(視界)는 뻗는다. 그렇게 나는 공동체의 꿈을 다시 꾸고 있다.

 그리고, 반성폭력운동 활동가 3년을 채우는 사이, 어느새 함께 사는 비인간 동물, 고양이들의 나이 듦을 마주하게 된다. 이제 또 한 번 현장을 바꾸어 나의 주변을 통하고자 한다. 몸으로 앓고 알게 된 가치와 신념으로서 주변을 채우려 한다. 지금은 나의 고양이들이 나의 현장이자 위버멘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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