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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전 1,2장을 읽었던 들뢰즈의 "경험주의와 주체성"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3장 '도덕과 인식에서 상상력의 힘'을 읽었습니다.

앞서 1-2장은 들뢰즈가 흄을 요약해 그 도덕론의 의의를 잡아주는 수준이었다면,

이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경험주의와 주체성'에 접근해 들어갑니다.


책에 대한 요약 발제는 발제문에 이미 있으니 반복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오늘 이 장을 해석하는 몇 개의 시선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을 거론하고, 제가 느낀 들뢰즈의 흄 논의를 서술하겠습니다.


3장에서 던지는 핵심적인 질문은 흄 저작을 읽을 때, 가장 많이 오해하거나 쉽게 넘어가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다름 아닌 습관의 작용 및 그 위치입니다.

일전에 흄을 읽을 때, 제가 든 큰 의문은 단속적인 장면들에 대한 인지가 어떻게 연속적인 것으로 이해되는냐 였습니다.

이를 이해할 때, 쉬운 예는 영화필름에 대한 예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즉 24프레임의 단절된 그러나 연속된 필름의 영상이 

개개의 것으로 잔상을 남겨 필름 속 사물이 움직이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죠. 

아마도 습관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이 그러할 것입니다. 

즉 반복적인 각인이 육체에 남기는 무의식적인 반응, 절대적으로 수동적인 근육의 기억 등으로 습관을 규정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는 인간이 사물을 인지하는 중요한 관점을 놓치고 있습니다.

반대로 위에서 언급한 잔상이론에 대항하는 시각이론이 존재하는데요, 실은 그 잔상의 물리적인 연결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 사물이 그렇게 움직인다는 인식이

먼저 있기 때문에 그 사물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습관에 대한 이해를 위해 영화필름에 대한 시각이론의 대립을 예로 들어보았습니다.(흄 저작에서 거론된 것 아니니 헛갈리지 마세요.)

이러한 예를 들어 도달하고자 하는 개념은 

습관에는 인상의 감응뿐 아니라 현재를 미래로 투영하려는 정신의 움직임도 포함한다는 것입니다.

습관은 경험과 일반규칙 확립 사이에 존재하는 과정으로, 단순한 인상 종합수렴뿐 아니라 반성작용을 통해 일반규칙으로 투영하려는 과정까지 포함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수립된 일반규칙이 맹목적이라는데 있습니다.

어떤 사소한 이유로 (아침뉴스에서 예쁜 아나운서를 보기 위해)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날 것이다라는 스스로의 규칙이 습관을 통해 확립되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것이 규칙으로 자리매김한 이후부터 그 자신의 기원을 망각하고 맹목적으로 변할 때가 있습니다.

mt를 가서라든가, 시차가 있는 외국에 가는 경우, 이 일반규칙은 예외를 만나게 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예외를 억지로 일반규칙 아래의 사례로 교정하여 집어넣습니다. 예를 들어 예외 상황에서는 6시에 5분만 깨고 다시 잔다든지, 9시를 6시로 시계를 조작한다든가의

졸렬한 방법으로 일반규칙의 맹목성을 만족시키는 척 하면서 예외상황 또한 결국 일반규칙 안으로 구겨넣습니다. (이것을 복잡한 결의론적 해결, 궤변적 해결이라 부르겠습니다.)

이러한 가짜 반성이 행해지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일반규칙의 확장성에 맹목적인 측면을 갖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규칙 그 자체가 실은 정념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당혹스러운 것은 이러한 관점 끝에 발견되는 도덕의 본 모습입니다.

일반규칙의 이러한 논리가 도덕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도덕론의 명제들은 일반규칙의 맹목성을 지니고, 그것은 실은 그 기원에 있어서는 비루한 측면이 있기에 후대의 역사가들은 궤변적 해결의 지점에 서 있을 때, 그 미신적, 비이성적 기원과 일반규칙의 엄숙함의 차이를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맞딱드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 예로 드는 것이 순결 혹은 정조에 대한 논의인데요, 결국 남자는 여자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는 근본적인 생물적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불안을 해속하기 위해 위대한 덕목으로 정조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런데 정조는 일반규칙이 되는 순간에 교조적 원리가 되어, 스스로 그 기원을 잊고 확장되기 시작합니다. 후에 우리가 순결은 실은 그런 차원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순결에 대해 맹목적 믿음을 가진 자는 매우 당혹스럽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반성이 어떻게 일어나는냐가 관건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예외 사항을 일반규칙 속으로 구겨넣는 결의론적 태도를 가질 것이냐, 일반규칙 그 자체의 허위성을 반성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들뢰즈는 오성이 바로 후자의 경우, 드디어 끼어들 명분을 얻는다고 봅니다.

습관이란 때로는 과장된 상상력에 의해 잘못 형성될 수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너무 거짓말을 생생하게 불러낸 나머지 거짓말을 믿는 경우, 불합리한 믿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성은 이 불합리한 믿음을 교정해야합니다. 즉 "질적인 엄격성의 수립이 아니고 양적 계산에 의한 오류"를 "파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규칙이 자리매김 하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확장과 확장의 교정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습관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습관은 유사한 대상들의 통합이며, 또한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의 정신의 추리입니다.

주체는 바로 습관의 작용 그 자체입니다.

이것이 경험론에서의 주체의 모습입니다.


여기에 대해 기억나는 세미나원들의 논평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진: 주체성에 대해 흄은 자신의 저작에선 사실 이런 논리를 제대로 펼치지 않았다. 이는 들뢰즈가 흄을 리모델링한 것에 가깝다.

준영: 흄의 경험론에 칸트적 방법론을 접속시켰다. 흄은 교정(반성)의 의미를 단지 자기의식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 의한 교정의 과정까지 포함해서 말했다.

산책자: 일반규칙의 확립과 그 허구적 기원에 대한 부분은 계보학적 발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들뢰즈는 철학사가로서 칸트가 흄에게 빚진 것으로 이런 방식의 해석을 통해 드러내었다.

유심: 원리의 형성이 형성의 원리라는 표현이 말 장난 같지만 이 복잡한 현상을 단적으로 표현해준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번 장에서 윤리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는데요. 

칸트적 윤리, 정언명령같은 형식적 조건으로서의 윤리가 아니라 그렇다고 그리스도적 사랑-무매개적, 무한적 직접정념이 아닌 경험에 대한 충실성 그 자체로의 윤리를 말할 수 있는 논리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힌트는 정념의 윤리라는 것.

여하간 더 공부하면 "원리"가 보이겠지요.


여담으로 오늘 배운 주체론을 공부에 써먹으면 다음과 같은 말이 됩니다.


그 때 그 때 읽고, 정리해서 쓰는 행위의 충실성이 없는 한 죽은 공부이다.   

오로지 이것 저것 많이 읽기만 해서는 아무런 종합도 규칙도 확립할 수 없다.

그렇다고 반대로 공부의 좌충우돌 없는 초월적인 깨달음

따위는 없다.



다음 세미나는 11월 22일입니다. 

4장 신과 세계를 읽어볼 예정입니다.

발제는 산책자님이십니다.

추운 가을 힘드시겠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

2주 뒤에 만나요!!!!!!!!!!!!!!!!!!!!



아래는 최근에 제가 노래 부른 모습이랍니다. 우리 흄 세미나원들에게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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